2020년 2월 4일 화요일

[메디피알] 상가시장 큰손으로 떠오른 약국... "과열경쟁 우려"

서울에 새로 문을 여는 약국이 늘며 공실이 느는 상가 시장에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대단지 입주가 늘며 생긴 일인데, 일각에서는 과열경쟁 우려가 있는 만큼 상권 분석을 잘 하지 않으면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4일 조선비즈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 빅데이터를 통해 개설 신고한 약국을 분석한 결과 최근 수년 동안 서울에서 개업하는 약국 수는 꾸준히 느는 추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6년 서울에서 문 연 약국은 268곳이었다. 2017년에는 336곳으로 늘었고 2018년 415곳, 2019년 527곳으로 매년 큰 폭의 증가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반면 문닫는 약국은 2016년 349곳, 2017년 347곳, 2018년 372곳, 2019년 389곳으로 매년 소폭 늘었다.

문 여는 약국이 크게 느는건 우선 재건축 등으로 새로 입주하는 대규모 단지가 최근 많아진 영향이다. 가락시영아파트를 재건축한 송파구 헬리오시티가 대표적인 예다.

지난해 서울 송파구에 문연 42곳 약국 중 12곳은 헬리오시티 단지내 상가에 있었다. 12개 약국 중 11곳이 호수만 다르고 '서울 송파구 송파대로 345 1A동'까지 주소가 같다. 9510가구 규모의 이 단지는 지난 2018년 12월 입주를 시작했다.

서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조선일보DB
작년부터 1만가구에 달하는 입주물량이 쏟아진 서울 강동구에도 약국들이 연이어 둥지를 틀고 있다. 강동구에는 작년에만 23개 약국이 새롭게 생겼는데, 이 중 4곳은 층·호수만 다르고 '서울 강동구 고덕로 353 고덕그라시움' 같은 상가에 문을 열었다. 강동구 명일동 동남로 길에는 약국 3곳이 연달아 들어섰고, 명일동 양재대로 길에도 약국 4곳이 줄줄이 개업했다.

강동구에는 작년 여름 래미안명일역솔베뉴(1900가구)를 시작으로 고덕그라시움(4932가구), 고덕센트럴아이파크(1745가구), 고덕롯데캐슬베네루체(1859가구)까지 입주가 이어졌다. 올해 2월부터 고덕아르테온(4057가구), 고덕센트럴푸르지오(509가구)가 입주하고 내년 고덕자이(1824가구) 등의 입주도 남아있다.

한상민 센추리21코리아 대표(공인중개사 겸 자산관리사)는 "배후 수요가 수백 가구에 그치는 일반적인 ‘단지 내 상가’와 달리 헬리오시티나 고덕그라시움 상가는 지역의 중심상권이 될 수 있는 ‘대단지 상가’인데다, 독점권이 없어 약국들이 의료기관을 따라 층별로 개업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독점권은 상가 내 의료기관 수와 함께 약국 개업 성패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독점권이 없는 상가여야 여러 약국들이 들어갈 수 있다. 상가 시행사가 1개 약국에게 독점 권리를 주는 대신 상가 분양시 수억원대의 프리미엄을 붙여 높은 분양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 상가에 의료기관이 많이 있어도 약국은 독점 권한을 받은 한 곳만 개설할 수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월 28일 오전 서울 명동의 한 약국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줄을 서 마스크를 구매하고 있는 모습. /장련성 기자
여기에 상가 공실률이 늘면서 임대료가 다소 낮아진 것도 약국 개업을 늘게 한 요소로 꼽힌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작년 12월 31일 기준 서울 중대형 상가의 공실률은 8.0%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0%포인트(p) 상승했다.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3.9%로 1.5%p 높아졌다. 서울의 소규모상가 임대료는 전년 대비 0.16% 하락하고, 집합상가 임대료는 0.07% 하락했다. 다만 중대형 상가 임대료는 전년보다 0.27% 올랐다.

전문가들은 높은 매출을 기대하고 들어간 상권에서 주변 약국들과의 경쟁과 높은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는 출혈 경쟁을 하게 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약국은 병원 출구 방향이나 건널목 하나로 매출 격차가 엄청나게 날 수도 있다는 점 등을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서울에서 지난 한 해 문닫은 약국 수가 가장 많았던 지역구는 의료관광 1번지로 불리는 강남구였다. 작년 이곳에 있던 약국 41곳이 폐업했다. 강서구 화곡역 8개 출구 주변에 10여개의 약국이 모여 소위 약국 상권을 형성하고 있는데, 작년 이 중 3곳이 연달아 폐업 신고를 했다.

조현택 상가정보연구소 연구원은 "일부 서울 아파트 단지 내 상가의 경우 입점한 병·의원의 환자 수가 기대치보다 저조하다는 평가가 있다"며 "자칫 여러 약국과 경쟁하면서 높은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파트 거주 가구 중 신혼부부나 직장인 비율보다는 어린 자녀를 둔 가구 비중이 커야 상가 이용 빈도가 높다"면서 "의료기관이나 약국 문을 열기 전에는 이런 것들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2D&mid=shm&sid1=101&sid2=260&oid=366&aid=00004718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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